오래전 나의 꿈은 '자동차 디자이너'였다.
학창 시절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던 나는 대부분의 교과서와 노트의 공간이란 공간에는 낙서가 즐비했다. 그 중 절반은 만화 주인공, 나머지 절반은 자동차였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막연히 동경만 하던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진학 고민을 했어야 했는데, 관련 정보가 너무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어이가 없었던 것이, 자동차를 디자인 - 정확히 말해 스타일링 - 을 하려면 말그래도 미술대학 디자인학과로 진학했어야 한다는 것을 안 것은 이미 대학을 진학한 후였다.
당시 자동차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자동차공학과'였는데 대충 커리큘럼을 살펴보니 자동차 외관 디자인이라는 과목이 있는 것을 보고, 이 학과에 진학해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한 나는 이미 내가 '공돌이'의 삶의 초입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공학과 역학에 대항하여 계산기를 무기삼아 전쟁을 벌이고는 그냥 나는 '공돌이'가 되어 버렸다.
물론 '공돌이의 삶'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나의 직업(기계설계직)에 대해 후회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직도 그때의 미련이 아주 조금 남아 때때로 생각날 때 마다 근본도 없는 낙서질로 씁쓸한 마음을 달래곤 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공돌이들은 '설계'를 '디자인', '외형의 선정'을 '스타일링'이라고 구분 짓습니다. 즉, 공학적 요소를 포함한 것은 디자인, 외형적, 심미적 요소를 고려한 것은 '스타일링'이라고 구분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