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녀석...

어느 덧, 우리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자란지 36주가 지났다. 뭐가 그리 바쁜지 녀석은 33주때 엄마배를 박차고 나올 기미를 보였던 것. 아내는 Pre-turm이라는 환자로 분리되어 나흘동안을 분만실에서 물조차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팔에는 링거를 주렁주렁..... 하나는 그냥 포도당 주사정도인 듯 하고, 다른 하나는 자궁수축지연제라고 하더라.
원래는 심장질환 환자들에게 쓰이던 약이었는데. 심장박동을 촉진시키는 주사란다. 우연히 이 약제가 한 산모에게 투여가 되었는데, 심장박동도 정상치로 올려주고, 때마침 발생한 진통도 완화시켜, 자궁수축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단다.



아마도 녀석은 엄마 성격을 닮은 듯하다...

귀찮은 듯 뭉그적뭉그적 하는 날 닮았다면, 예정일인 이달 28일 보다도 훨씬 늦은....





내년에 볼 수도 있었을 거다. -_-;



암튼 녀석은 좀 급했다.



아내의 임신으로 평소에 잘못알고 있던 것들과 모르고 있던 것들을 새로 알게 되었는데.

일단 아내의 경우처럼 조산기를 보이는 산모들은 25주에서 38주까지의 산모들이 진통이 오는 경우 조산환자로 본단다.
그러나 실상 38주는 만삭과 동일해서 진통이 오면 그냥 출산하면 된다고....



그리고, 체중이 중요한 줄 알았는데, 태아의 주수가 더 중요하단다... 3 kg에 가까운 아기라해도 36주 전에는 위험하다는 것을... 체중은 2kg정도만 되어도 건강하단다...



우리 아기의 경우 33주 3일 째 되던 날, 엄마 뱃속에서 탈출을 기도. 물론 엄마의 발빠른 조치로 수포로 돌아가긴 했지만...-_-;



36주 전에는 일반 인큐베이터도 이용을 못한다고 담당의가 말하는데, 베타베이터라고 하던가?? 태아는 모든 장기가 발달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폐가 발달하기 시작하는데, 처음엔 바람빠진 풍선처럼 납작해서 이 상태로 세상에 나오게 되면 호흡곤란으로 질식할 위험이 있단다. 그래서 아기에게 산소를 공급해 줘야 하는데, 이게 특수한 인큐베이터라 큰 병원에나 가야 있다고 한다. 물론 전문부인병원에 통원중이었지만, 종합병원정도는 가야 설비가 되어 있다는 얘기었다.



그나마 이 베타베이턴지 하는 것도 34주가 지나야 쓸 수 있다는데, 아내는 33주였던 것이다.... 그래서 일단 분만대기실에서 나흘동안 자궁수축억제제로 아기와 줄다리기를 하여 간신히 34주를 넘겼다. 한 시름 놓은 것이다.



자궁수축억제제는 태아에겐 별다른 부작용이 없지만, 엄마가 고생이다.

링거액이 들어가면, 손발이 떨리고, 두통과 심장박동수가 증가해서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어려워진단다..
너무 많이 맞으면 산모 폐에 물이 찰 수도 있다고 해서, 그 이상은 투여하지 못하고 버텨야 한다고 했다.

아내도 그랬다. 입원내내 한숨에 한숨.... 손을 파르르 떠는 게 너무 안쓰러워서 미안하기 까지 한것이....



우여곡절, 36주 지나 퇴원을 하고, 아기를 만나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 아내...
울퉁불퉁 여기저기로 삐져나오는 배를 볼 때마다 힘들어하면서도 귀엽다고 기뻐한다.



주말엔 모처럼만의 휴무랑 출산 전 기념사진찍으러 가기로 했다.



조금만 참아라, 엄마 괴롭히지말고 얌전히 있어야지....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아가야.